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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tion 101 with Heemin Chung and 6-8

Meditation 101 with Heemin Chung and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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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tion 101>

MUSEUMHEAD 에서 9월 9일까지 전시 중.

내러티브 디자인 정희민
VR 디자인 6-8
프로젝트 기획 SOL STUDIO

뮤지엄헤드에서 열리는 정희민의 개인전을 앞두고, SOL STUDIO 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6-8이 그와 함께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Meditation 101>은 정희민과 6-8이 협업하여 시각화한 명상 가이드로, 익숙하지만 다른 형상으로 탈바꿈한 가상 공간에서 펼쳐진다. 

<Meditation 101> 내러티브 VR로, VR 기기를 통해 경험하도록 만들어졌다. 영상과 스크립트는 온라인 상의 관람에 최적화되도록 편집되었으며, 한국어와 영어 자막이 선택 가능하다.

모바일 기기로 관람 시, 유투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시청이 가능합니다.

Overjoyed. acrylic, oil and gel medium on canvas, 226x570cm, 2021. / Road engine.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1.
Our Polished Hearts. acrylic, uv print and stainless studs on canvas, 23x16cm, 2021.
Iris. acrylic, gel medium and oil on canvas, 190x152cm, 2021.

정희민의 작품은 디지털 화면 속, 3D 모델링으로 렌더링된 픽셀 시뮬라크르에서 시작되곤 한다. 이 가상의 형상들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과 스프레이 페인트 같은 현대적인 재료들을 혼합하여 캔버스 위에 공들여 재창조된다. 그 결과물은 디지털 이미지와 물리적 실재의 결합으로, 두 존재 사이의 경계에 불확실한 상태로 놓여있다. 정교한 3D 렌더링을 통해서도 숨길 수 없는 디지털 오브젝트 특유의 가시감이 드러나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들은 살덩이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생물의 점막같은 동물적인 물질성을 가졌다. 

이번 개인전 <Seoulites>는 그가 터전으로 삼은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서울에는 다른 어느 대도시보다도 많은 모순들이 공존한다. 수백 년 된 고즈넉한 정자들이 오만하게 반짝이는 마천루의 그늘 아래 서 있고, 사람들은 먼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미신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현대적인 실용주의로 재단한 채 답습해 나간다. 이처럼 서울에서의 삶은 끝없는 파괴와 재생의 루프가 우스꽝스럽게 빨리감기 중인 것처럼 가속진행중이다. 

I Crawled Out of the Oven. acrylic, oil and gel medium on canvas, 190x226cm, 2021.
Whispering Violet.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190x130cm, 2021.
Whispering Violet (detail).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190x130cm, 2021.
Mockup for the Gravestone 3. mixed media, 75x71x38cm, 2021.
Mockup for the Gravestone 3 (detail). mixed media, 75x71x38cm, 2021.

서울의 도시성이 이렇게 혼란스럽듯,  <Seoulites>에는 충돌하는 시각적 요소와 형태들이 가득하다. 정희민의 작품들은 그 대상과 매체 모두, 범위와 표현의 한계 없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라일락빛 꽃을 살아숨쉬는 동물적인 질감으로 그려낸 작품 앞엔 미래적 디자인의 전동킥보드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전시장의 한 면을 채운 채 시선을 사로잡는 트립티크 안에는 거친 크롬 메탈 색상으로 칠해진 꽃들이 가득하다. 정물화로 불러야 더 마땅할 자화상 속에는 작가의 형상을 띈 채 마치 사용자가 자리를 비워 생명을 잃은 아바타처럼, 바닥에 헝클어져 있는 작가의 세 복사본이 놓여 있다. 그 앞에는 서울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오토바이 앞 유리에 새겨진 묘비석이 서 있다. 그리고 전시장 밖, 마치 해자같은 연못 속에는 픽셀화된 금속판으로 “We Decide to be Synchronized” 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We Decide to be Synchronized. stainless steel, 527x1000cm, 2021. Heemin Chung X Mat-kkal

서울이라는 도시와 <Seoulites> 내 상충하는 조형적 요소들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소음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시를 터전으로 삼은 이들은 때때로 그 혼란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질서를 발견하고는 한다. 도시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비이성적 사고와, 불균질한 속도의 충돌은 때론 한 개인을 압도하기도 하지만, 명상이라는 징후적 의식, 즉 개인의 내적 탐구를 통해 명료함의 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희민은 전시를 통해 도시 속을 유영하듯 공전하는 그 수많은 감각과 물질적 상태들의 혼합 (Synchronization) 속에 존재하는 미에 접근한다. 

<Meditation 101>은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 속에서 역으로 발생하는 고요한 명료의 순간으로의 여정이다. 명상 가이드 프로그램의 형태를 띤 이 작업은 그의 기존 작업 방식을 반대로 뒤집어, 실재하는 전시 공간의 디지털 메아리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이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간은 실체를 가늠할 수 없이 무한히 확장하는 가상세계 (VR) 속에 구현되며, 관객을 예상치 못한 내면으로의 여정으로 인도한다. 

관객은 VR 고글을 착용하며 체험을 시작한다. 눈 앞이 가려지면 시야는 어둠으로 녹아내리며,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로 분해되며 단계별로 다시 재구축된다. 공간이 무너져 내리면 관객은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진공에 놓인다. 분명 두 눈을 뜨고 있지만 눈 앞에는 그 어떤 물질도 부재한 무(無) 뿐이다. 위치감을 나타내는 그림자나 모서리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불안한 공허만 인지된다. 

이후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무수히 많은 흰색 구체들이 생성된다. 각각의 공은 3D 렌더링된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단일 점을 나타내며, 그들은 마치 우주의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처럼 공간을 수놓는다.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던 불안한 공허에 반가운 물질성이 채워진다. 관객은 이 공들을 손으로 가르키고, 만지고, 던지도록 지시받으며, 그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육체를 조형 과정에 투입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점들은 서로 이어져 차례로 선, 벽, 그리고 결국 건물 자체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눈 앞에 놓여진 경관은 세심한 3D 모델링으로 재현된 전시 공간의 생경한 디지털 복제본이다. 

우리는 공허에서 우주로, 그리고 마침내 땅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벽과 기둥들의 내부 구조를 제외하면, 그 형상은 VR 고글 바깥의 ‘현실’과는 상이하다. 실제 건물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직선 구조물인 반면, 가상세계 속 디지털 메아리는 부드러운 곡선들로 이루어져 내부가 마치 심장박동에 맞춰 숨 쉬듯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인다. 마치 집채만한 고래에게 삼켜진 채, 그 뱃가죽의 따뜻한 포옹에 감싸여 바깥 세상을 살펴보는 듯 하다. 

외부 파사드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도 달라진다. 얕은 연못과 그 주변 건물들은 어느새 광활한 호수로 변해, 드넓은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다. 고글이 눈을 덮는 순간 누군가가 기묘한 연금술을 통해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현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또다른 차원으로 통째로 옮겨놓은 듯하다. 

전시장 내의 친숙한 형태들이 인지되기 시작하면 관객은 비로소 익숙한 영역으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한 그 정확한 좌표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사이 공간은 변화했고, 관람객를 둘러싼 벽들은 더 이상 차갑게 식어있지 않다. 그가 앉아있는 공간은 먼저 무(無)로 분해된 뒤, 귓가의 음성에 따라 행해진 그의 행동들에 의해 살아 숨쉬는 하나의 유기체로 변해 밝은 빛의 포옹으로 그를 감싼다. 관람객은 이제 자신의 내면 속에선 완전히 달라진 주변 공간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다. 

10분간의 여정이 끝난 뒤 고글을 벗으면 관객은 밝은 백열등으로 비춰진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의 망막 뒷편엔 또 다른 인식으로의 경로가 이미 각인되었고, 마음먹기에 따라 다음번엔 가이드 없이 홀로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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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네 명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 고휘, 조현서, 정윤수와 조지 - 로 이루어진 컬렉티브이다. 이들은 각각 미디어 아트와 인스톨레이션 내 다양한 분야들을 주로 다루며, 제너레이티브 아트, VR, 영상예술 등을 활용해 온/오프라인 상의 몰입감 넘치는 경험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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